[김보미 칼럼] 자살률 감소라는 착시, 증가하는 실종과 청소년 자살

DL-2S-3P-W 위기개입 8단계로 읽는 실종·무연고사망·청소년자살 경고음

▎전체 통계의 그늘, 청소년·청년은 예외였다

최근 발표된 자살 통계는 얼핏 안도할 만한 신호로 읽힌다. 전체 자살 사망자 수가 소폭 줄었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국가데이터처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자살 사망자 수는 396명으로 역대 최다를 경신했고, 교육부 집계로도 초·중·고교 학생 자살자 수(243명)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자료를 인용한 최근 보도 역시 10대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7.9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하고 있다(코리아타임스, 2025). 전체 수치의 '감소'라는 착시 뒤에서 청소년과 청년층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이 흐름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국제 비교 연구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보스턴대 의과대학(Chobanian & Avedisian School of Medicine) 연구진이 미국·캐나다·한국의 10~29세 사망 기록을 분석한 결과,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대다수 청년층 자살률이 안정되거나 감소한 반면 한국은 청년 남녀 모두에서, 특히 젊은 여성층에서 자살률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Boston University Chobanian & Avedisian School of Medicine, 2025). 

 

이는 한국 사회의 위기가 세계적 흐름과 역행하는, 구조적이고 독자적인 문제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위기는 자살 통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실종과 무연고 사망이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서 놓쳐버린 생명'을 집계하는 두 통계가 같은 시기에 함께 치솟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 가장 시급하게 들여다봐야 할 지점이다.

 

▎실종, 포착되지 못한 위기의 전조

경찰청 내부행정자료를 지표누리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실종아동등(18세 미만 아동·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치매환자) 신고 접수 건수는 2025년 54,569건으로 전년(49,624건) 대비 약 10% 증가했다. 2021년 41,122건에서 시작해 2023년 한 차례 소폭 감소(-1.1%)한 것을 제외하면 5년 내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 경찰청(내부행정자료), 지표누리(2025) 재구성. 미해제 현황은 2025.12.31. 기준

특히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마지막 줄, '총 미해제' 건수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4~26건 수준에 머물던 미해제 사례가 2025년 113건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신고 접수 건수의 증가는 사회 전반의 위험 노출이 늘고 있다는 신호이지만, 미해제 건수의 급증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경고다 — 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는 시간의 창이 점점 좁아지고, 현장의 대응 역량이 늘어나는 위험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종은 자살과 인과적으로 등치될 수 없는 별개의 통계다. 그러나 두 통계가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은 임상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신호다. 실종 신고의 급증은 보호자의 돌봄 반경이 좁아지고,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장애인·치매환자를 조기에 포착해 개입할 사회적 그물망이 성글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자살률 통계가 '개인의 죽음'을 사후적으로 집계하는 지표라면, 실종 통계는 그 이전 단계 즉, 위기가 발견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사회적 공백 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읽을 수 있다. 

 

실종 상태로 오래 방치될수록 그 개인이 극단적 선택이나 사고, 범죄에 노출될 위험 역시 함께 커진다는 점에서, 실종 대응 체계의 정비는 곧 자살·고독사 예방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다.

 

▎무연고 사망: 관계망이 끊어진 마지막 결말

실종이 '발견되지 못한 위기'라면, 무연고 사망은 그 관계 단절이 도달하는 가장 극단적인 결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21년 3,603명에서 2024년 6,366명으로 4년 만에 약 1.8배로 늘었고,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누적으로는 1만 5,345명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74.7%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70세 이상이 43%, 60대가 32.3%로 중장년·고령층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023년 1,229명, 2024년 1,39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전년(3,661명) 대비 7.2% 증가했으며, 인구 10만 명당 고독사 사망률도 2023년 7.2명에서 2024년 7.7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이 증가의 배경으로 1인 가구 비율 상승(2023년 35.5%→2024년 36.1%)과 사회적 고립도 심화(19세 이상 국민 3명 중 1명이 도움받을 곳 없는 고립 상태)를 지목했다. 특히 고독사 사망자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 이하 57.4%, 30대 43.3%로 청년층에서 두드러지게 높아, 무연고·고독사 문제가 결코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무연고 사망자 대부분이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경우(74.1%)라는 사실은 더 아프게 다가온다. 가족이 물리적으로 존재해도 관계가 이미 단절되어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종에서 무연고 사망으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한 사람이 위기의 순간에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채 사회의 시야 밖으로 완전히 벗어나는 전 과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스펙트럼이라 할 수 있다.

 

▎왜 지금, 청소년과 청년인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자기살해(自己殺害, Self-Annihilation)는 단일한 충동의 결과가 아니라, 초자아(Über-Ich)의 과잉된 처벌성과 자아 이상(Ich-Ideal)의 붕괴, 그리고 대상관계의 상실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본 필자는 박사학위 논문 「자기살해 예방을 위한 정신분석적 위기 개입의 단계별 사례연구」에서 '자살(自殺)'과 '자기살해'를 개념적으로 구분하였다. 자살이 개인의 선택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내포하는 반면, 자기살해는 개인의 내적 붕괴와 사회적 방임이 공모하여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청소년·청년층에서 위기가 집중되는 지금의 양상은 이 개념적 구분의 타당성을 통계로도 뒷받침한다.

 

청소년기는 또래의 인정과 공동체 소속감이 중요하고, 외모와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시기다. SNS의 '좋아요' 수와 팔로워 수, 외모·성적·경제력 비교, 단체대화방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과 따돌림·희롱 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에는 친밀하지 않아도 AI와 상담하고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비대면 관계망에서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20~30대의 위기는 또 다른 결을 갖는다. '열심히 살아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허무감이 핵심이다. 안정된 주거, 결혼, 미래에 대한 전망이 흐려진 상태에서는 작은 좌절조차 과도하게 크게 다가온다. 연애를 하기 전에 직업과 경제력을 먼저 걱정하고, 결혼을 생각하기 전에 미래의 불안정성부터 헤아려야 하는 것이 지금 청년세대의 현실이다.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이는 자아 이상이 현실에서 실현될 통로를 잃고, 그 좌절이 자아 내부로 방향을 돌려 공격성으로 전환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사회가 점점 불안해질수록 실종·자살·고독사·범죄 등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SNS와 상향비교: 상대적 박탈감의 구조화

여기에 SNS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선별해 SNS에 게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접하는 이용자는 '모두가 행복한데 나만 뒤처져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내면화하게 된다. 최근 심리학 연구들은 이러한 '상향적 사회비교(upward social comparison)'가 우울감, 자존감 저하, 불안과 유의미하게 연관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최신 메타분석은 온라인상의 상향비교가 심리적 부적응과 뚜렷한 관련성을 보인다고 보고했으며(Frontiers in Psychology, 2026), 타인의 '하이라이트 릴(highlight reel)'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자기 평가 절하를 누적시키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청소년 발달 단계의 특성상 정체성이 아직 유동적이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SNS발 상대적 박탈감은 이 세대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특히 취약한 경로라 할 수 있다.

 

▎ 관계의 단절: 사라진 안전망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관계의 단절이다. 과거에는 위기의 순간 가족, 친척, 이웃, 친구가 곁에서 붙잡아 주는 구조가 있었다. 그러나 대가족이 해체되고 개인주의적 생활양식이 강화되면서, 도움을 요청할 대상 자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최근 늘고 있는 무빈소 장례 역시 앞서 살펴본 무연고 사망 증가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국내외 연구와도 궤를 같이한다. 일본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는 사회적 관계의 축소가 고독감을 매개해 자살 사고 위험을 높이며, 이러한 경향이 특히 여성층과 청년층에서 두드러진다고 밝혔다(Nature Scientific Reports, 2025). 고독감과 사회적 고립이 자살 행동의 위험 요인이라는 점은 여러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결국 자살 예방은 개인의 심리 내적 처치만으로는 완결될 수 없으며, 그를 둘러싼 관계망의 복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정신분석적 임상과 최신 실증연구가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결론이다.

 

▎처방: DL-2S-3P-W 위기개입 8단계

 위기 개입을 개인적 차원의 일곱 단계(DL-2S-3P)와 사회적 차원의 한 단계(W)로 구성된 'DL-2S-3P-W 8단계 모델'로 제시한 바 있다. 자기살해는 개인의 취약성만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이를 조기에 포착해 연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공백이 더해질 때 완결된다는 것이 이 모델의 핵심 전제다. 오늘의 통계 — 청소년 자살률의 최고치 경신, 실종 미해제 건수의 5배 급증, 무연고 사망자의 지속적 증가 — 는 바로 이 여덟 단계 중 상당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1~2단계(D-L)는 '직접 묻고, 판단 없이 경청하는' 긴급 초기 개입이다. 실종·고립 위험이 있는 아동·장애인·치매환자를 둘러싼 이웃과 지역사회 역시 이 단계의 잠재적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다. 3~4단계(2S)는 안전 확보와 지지 체계 연계로, 상담실 문턱을 낮추고 위기 청소년을 즉각 보호할 수 있는 접근성이 관건이다. 5~7단계(3P)는 전문 조력자 연결과 심리·신체 사후관리로, 위기 개입은 한 번의 상담이나 한 번의 발견으로 종결되지 않고 지속적인 추적 관리가 뒤따라야 함을 뜻한다.

 

그리고 마지막 8단계(W, Welfare system)가 오늘의 통계가 가장 절박하게 요청하는 지점이다. 개인적 차원의 일곱 단계가 아무리 촘촘히 설계되어도,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복지 체계 — 지속적인 연구, 인력과 예산의 뒷받침, 실종·무연고사망·자살 통계의 연계 분석 — 가 부재하면 위기 개입은 개별 사례의 우연한 성공에 그치고 만다. 실종 미해제 건수의 급증과 무연고 사망자의 지속적 증가는, 바로 이 8단계 사회적 안전망이 다른 일곱 단계를 떠받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결론: 통계의 착시를 걷어내야 할 때

전체 자살률의 소폭 감소를 근거로 위기가 완화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오독이다. 청소년 자살률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실종아동등 신고는 5년 연속 증가세 속에 미해제 건수까지 급증했으며, 무연고 사망자 역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세 통계는 서로 다른 사건을 집계하지만, 관계망이 무너진 자리에서 함께 자라난다는 점에서 결코 별개로 다루어질 수 없다. DL-2S-3P-W 8단계 모델이 제시하듯, 개인적 위기 개입의 일곱 단계는 반별 대면 수업과 게이트키퍼 교육, 상담·발견 접근성 강화 등 현장의 노력으로 보완될 수 있지만, 마지막 여덟 번째 단계 —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복지 체계의 구축 — 없이는 완결될 수 없다. 

 

단순하게 통계가 오르고 내림에 희비를 발표하지 말고 늘어나는 디지털중독과 마약이 손쉽게 청소년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따라서 학교현장에서 실적보고용 동영상 시청으로 생명존중 교육이나,중독예방교육 등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각반에 직접 대면수업으로 현장에서 청소년의 인식개선이 급선무 이다.

 

한사람의 인생에는 태풍이 들어있고 아름다운 호수도 들어있음을 일깨워주는 교육과 전담기구 예산반영등의 노력이 국가 사회적으로 집중되어지길 바란다.

 

필자 소개

김 보 미 KCS논설위원장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정신분석상담학 박사

 

 

 

작성 2026.08.31 15:24 수정 2026.09.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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