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칼럼] 학교폭력 연재 4편-보이지 않는 벽, 고립된 아이

부모님들, 아이가 급식 때 혼자 앉아 밥을 먹거나 방에서 "친구가 없어"라며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지적장애 중학생과 자폐 중증 초등생 아들을 키우는 저 역시 그 외로운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저려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는 선생님의 말을 들을 때마다 ‘혹시’라는 질문이 들 때까 많습니다. 소년원에서 10년 이상 상담하며 깨달은 진실은, 흔적 없이 마음의 상처만 깊게 남기는 따돌림이 정서폭력 중 단연 1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입니다. 무시와 배제의 보이지 않는 벽이 아이를 옥죄고 있는 지금, 여러분의 교실 구석에 있는 아이는 과연 안전할까요?
◆ "혼자 앉는 게 익숙해졌어요" - 가슴 아픈 현실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따돌림은 정서폭력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꼽힙니다. 급식 시간에 "여기에 앉지 마라"며 자리를 비우게 하거나, 그룹 채팅방에서 강제로 내보내고, 놀이 모임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일들은 아이의 마음에 높고 단단한 벽을 쌓아 올립니다. 학교 상담실에서 한 어머니는 "아이가 급식 쟁반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화장실로 도망친다더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가 "괜찮다"고 웃어 보이지만, 그 미소 뒤에 떨리는 손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인천의 한 초등학교 E군은 급식 때마다 의자가 치워지고 단톡방에서 강제로 퇴출당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체육 시간에 팀을 나눌 때면 언제나 마지막에 홀로 남겨졌고, 생일파티 초대에서도 배제되었습니다. 부모의 호소에 학교는 "아이들끼리의 장난"이라며 가볍게 넘겼고, 이는 아이를 더욱 깊은 고립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소년원 상담실에는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 지각을 밥먹듯이 한다"는 아이들로 가득합니다.
◆ 집단 권력의 벽, 그리고 평생의 그림자
앞서 다룬 언어, 신체, 사이버 폭력 등으로 서열을 다진 무리들은 "저 애가 끼면 분위기가 깨진다"는 보이지 않는 룰을 만들어 조용하거나 ‘장애&느린학습자’가 있는 아이들을 고립시킵니다. 여기에 방관하는 아이들의 침묵은 그 벽을 더욱 높게 쌓아 올립니다. 학교 상담에서 "나 하나 때문에 반 분위기가 망친다"며 스스로를 자책하던 피해 학생의 말을 들었을 때, 부모로서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따돌림의 상처가 성인기까지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따돌림 피해자의 70%가 성인이 되어서도 대인관계 불신으로 고통받으며, "직장 동료와 밥을 먹는 것조차 두렵다"고 털어놓습니다. 소통이 서툰 아이들에게 이 보이지 않는 벽은 세상과의 단절을 뜻합니다. 게다가 따돌림은 주관적 정서 폭력이라는 이유로 학폭위에 가도 "증거 부족"이나 "아이들 사이의 다툼"으로 치부되어 신고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한계가 있습니다.
◆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포용'의 방법
보이지 않는 벽은 단순한 처벌만으로는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관계를 회복하고 따뜻한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능동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 포용 서클 도입: 학급 전체가 원탁에 둘러앉아 "혼자 남겨졌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고, "우리 반에는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공동의 약속을 정해보세요. 실제로 이를 도입한 학교에서는 따돌림이 85% 이상 감소하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습니다.
친구 맺기 프로그램 활성화: 또래 멘토링이나 공동 프로젝트 수업을 병행하여 자연스럽게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매주 단 20분의 대화와 관심이 아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 맺으며
한 명의 아이라도 교실 속에서 고립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제 장애 아들들처럼 스스로 손을 내밀기 어려운 약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먼저 다가가 손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교실 구석, 홀로 벽을 마주하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까?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작은 연대가 고립된 아이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내는 유일한 시작점입니다.
— 학교폭력 전문가 김상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