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동안 병원에서 일하며 면접을 보는 일이 종종 있었다. 처음 면접을 본 날은 팀장이 된 지 두 달째였고, 오전 회의가 끝나자 원장이 "이따 면접 있는데 같이 들어와"라고 했다. 이력서는 원장실 문 앞에서 받았다. 그날 나는 지원자에게 무엇을 물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면접이 끝나고 원장이 "괜찮네"라고 했고, 나도 그렇다고 했던 것은 기억한다.
그 뒤로도 면접은 늘 그렇게 왔다.
누구도 나에게 면접을 가르치지 않았고, 나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을 많이 겪어봤으니 사람을 볼 줄 안다고 믿었다. 그러는 사이 사람을 잘못 뽑아 조직이 흔들리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그때 든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뭘 잘해야 사람을 잘 뽑지. 그러다 면접을 보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고, 뒤늦게 면접관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그 자리에서 봐온 것은 사람이 아니라 외모와 화려한 말솜씨, 그리고 이력서에 적힌 경력이었다.
병원 면접은 대개 비슷하다. 원장은 오전 진료와 오후 진료 사이 15분을 비우고, 팀장은 그동안 들어온 이력서를 들고 올라온다. 지원자가 들어오면 왜 우리 병원에 지원했는지, 전 직장은 왜 그만두었는지를 묻는다. 지원자는 이 질문을 이미 알고 있어서 준비된 답이 나오고,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인다. 문이 닫히면 결정은 한 문장으로 내려진다. "일 잘하게 생겼네." 아니면 “경력이 좋네.”

그리고 몇 달이 지난다.
병원에 적응하기도 전에 그만두는 사람이 나오면 병원은 그 사람에게서 이유를 찾는다. 요즘 사람들은 끈기가 없다거나, 우리 병원과 맞지 않았다거나. 이유는 늘 나간 사람 쪽에 있다. 면접을 보는 15분 동안 그 사람의 무엇을 봤고 무엇을 보지 못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오래 남을 사람과 빨리 나갈 사람을 그 자리에서 구분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그냥 지나간다.
인상은 30초면 정해진다.
남은 시간은 그 인상이 맞았다는 증거를 찾는 데 쓰이고, 대개는 찾아낸다. 첫 인상이 좋으면 어눌한 대답도 진솔하게 들리고, 첫 인상이 나쁘면 정확한 대답도 건방지게 들린다. 면접관의 인격 문제가 아니다. 면접의 기술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사람을 볼 때 누구나 그렇게 본다. 병원의 팀장들은 사람을 볼 줄 몰라서가 아니라, 질문을 어떻게 만들어야 이 지원자의 경험을 알아낼수 있는지 몰랐던 것 뿐이다.
병원에서 팀장이나 실장은 자기 맡은 바 직무를 잘하면 될수 있다. 치료를 잘하고 환자 응대가 좋았으며,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고 자리가 비었을 때 다음 실장이 되고, 그날부터 사람을 뽑는 일이 실장의 업무가 된다. 그런데 병원의 교육 목록 어디에도 면접 보는 법은 없다. 새 장비가 들어오면 업체에서 교육을 나오고, 감염관리와 개인정보 교육은 매년 돌아오고, 친절 교육은 분기마다 잡히고, 소방 훈련까지 있는데, 사람을 뽑는 법을 가르치는 시간은 병원에 없다. 다른 기업처럼 인사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병원 면접은 경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경력도 어느 정도 비슷해지고 있다. 더군다나 병원은 감정 소모가 큰 곳이다. 그 자리에 맞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그 자리에 맞는 인성과 사람 됨됨이가 함께 필요하다. 병원은 환자의 아픈 몸뿐 아니라 감정까지 보듬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람을 뽑으면서 우리는 자기 감을 믿는다. 많이 뽑아봤으니 볼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경험이 면접장에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까지 알려주는가. 면접에서 좋게 본 사람이 1년 뒤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급해서 뽑은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자기 판단을 되짚어본 팀장은 드물다. 돌아보지 않는 경험은 실력이 되지 않고 연차가 된다.
사람을 잘못 뽑은 비용이 팀장에게 돌아오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 나간 사람은 개인 사유로 정리되고, 채용 공고는 다시 올라가고, 다음 면접은 또 15분으로 잡힌다. 실패가 누구의 것도 아니면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팀장이 면접을 배우지 않는 것은 팀장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병원이 면접을 팀장의 일로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면접을 배운다는 것이 거창한 일은 아니다.
질문을 면접장에서 떠올리지 않고 미리 정해두고, 모든 지원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물리치료실이라면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며 치료를 거부할 때 어떻게 했습니까"를 묻고, 그 사람이 실제로 했던 행동을 듣는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은 면접장에서 누구나 한다. 지난번에 어떻게 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 다른 것을 적어두는 것이 면접이다.
어렵지 않다. 다만 배워야 하는 일이고, 배우지 않으면 병원은 오늘도 15분 동안 준비된 답을 듣고 인상으로 사람을 뽑는다. 그리고 조직이 힘들어진다.
당신의 병원에서 면접은 누구의 일인가.
그 답이 없다면, 잘못 뽑은 한 사람의 값은 나간 사람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치를수 밖에 없다.
[필자소개]
정 경
대한병원실무전문가협회 협회장 · 바스제로 컨설팅 대표 | 병원 경영 컨설턴트 · 전문면접관
의료현장에서 24년을 보냈다. 직원이었고, 팀장이었고, 중간관리자였다. 그 시간을 지나며 한 가지를 확인했다. 병원을 지키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끝내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이 곧 조직을 지키는 일이라 믿는다. 현재 경영 컨설턴트로서 중간관리자가 조직의 경영파트너로 설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전문면접관·CS 컨설턴트로 의료기관및 공공기과, 기업의 강의·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