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용 칼럼] 청년농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가 아니라 담보 없는 3억 원이다

스마트팜 창업 자금의 잔혹한 현실, 부모 자산 없으면 진입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

미 FSA 및 EU의 선진 보증 시스템 사례로 본 한국 농업 정책금융의 혁신 방향

'청년농 무담보 특례보증 3억 원' 전격 제안, 위험 분산과 100% 보증으로 미래 농업 개척

전라북도 김제에서 오이 시설농업으로 영농을 시작한 한 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그에게 창업의 가장 큰 장벽이 무엇인지 묻자, 돌아온 답은 "기술도 경험도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그가 넘지 못한 벽은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필요한 자금을 끝내 온전히 확보할 수 없었던 현실이었다. 이 청년의 이야기는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청년 농업 창업의 구조적 민낯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최우용 (청년정책가)
(이미지 제공=KCS NEWS)

◆초기 자본 3억 원, 청년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액수인가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와 골조, 복합환경제어 설비, 양액·관수 시스템, 냉난방 장비, 전기·기반시설까지 초기 고정자본 투입이 큰 대표적 분야다. 오이 스마트팜 0.33ha를 제대로 갖추려면 통상 7억 원 내지 1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여기에 농지 매입 또는 초기 운영자금까지 더하면 청년 창업농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할 초기 자본은 3억 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흔하다.

 

문제는 이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책자금 외에도 상당한 수준의 자기부담 또는 담보력이 사실상 요구된다는 점이다. 20~30대 청년 가운데 영농 초기 단계에서 2~3억 원의 자금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결과 청년농 정책은 겉으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 창업 단계에서는 부모 세대의 농지·시설·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일부 청년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구조가 된다. 이는 청년의 의지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이 물려받은 담보력과 가계 자산에 따라 창업 가능 여부가 갈리는 구조적 문제다.

 

◆있는 제도인데, 왜 현장은 여전히 목마른가
청년농 지원제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6년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청년창업형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되면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을 세대당 최대 5억 원까지 신청할 수 있고, 연 1.5% 고정금리에 5년 거치 20년 원금균등분할상환이라는 조건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지침은 동시에, 사업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실제 대출은 금융기관과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의 심사를 거쳐야 하며 신청액보다 적게 실행되거나 아예 실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문제의 핵심은 정책자금의 제도상 한도가 낮다는 데 있지 않다. 담보력과 신용이 부족한 청년 신규농업인이 제도상 존재하는 한도를 실제로는 활용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원사업은 분명히 있지만 필요한 규모만큼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체감은, 현행 제도가 창업 의지가 있는 청년에게 실질적인 금융 사다리 역할을 아직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융자 중심 지원 방식이 청년 농업인에게 이중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착 자금을 대출로 마련한 한 청년 귀농인이 상환 시기가 다가오며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겪었다는 언론 보도(시사IN, 2025년 9월 17일)는, 융자 중심 청년농 지원제도의 사각지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역시 시설·설비 투자 지원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청년 농업인의 안정적 정착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진입 단계별·유형별 맞춤형 지원과 부채에 의존하지 않는 지원 수단의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최우용 (청년정책가)
(이미지 제공=KCS NEWS)

◆해외는 담보 부족을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미국 농무부 산하 농업서비스청(Farm Service Agency, FSA)은 상업은행의 정상적인 신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초보 농업인을 위해 직접대출과 보증대출을 함께 운영한다. 특히 보증대출에서는 FSA가 원금과 이자 손실의 최대 95%까지 보증함으로써, 민간 금융기관이 담보나 신용이력이 부족한 청년·초보 농업인에게도 대출을 실행하도록 유도한다. FSA 스스로도 "은행의 통상적인 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생산자에게 농업 신용을 제공하기 위한 보증"이라고 이 제도의 취지를 설명한다. 여기에 더해 초보 농업인을 위한 소액 마이크로론 제도를 별도로 두고, 매년 대출 재원의 일정 비율을 초보 농업인에게 우선 배정하는 '세트아사이드' 방식으로 청년농의 자금 접근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유럽연합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2025년 10월 21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농업 부문 세대교체 전략(Strategy for Generational Renewal in Agriculture)'을 발표하면서, 2040년까지 청년농 비중을 현재 12%에서 24%로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재정지원·교육·컨설팅을 하나로 묶은 '청년농 스타터팩(Starter Pack for Young Farmers)' 신설로, 신규 농업인에게 최대 30만 유로의 정착 지원금을 제공하고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과 함께 보증제도 및 금융상품을 개발해 은행의 대출 문턱을 낮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집행위원회는 이 스타터팩을 "자금, 교육, 컨설팅 서비스를 한데 모은 국가 단위의 단일 창구"라고 설명한다. 보조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신용보증을 통해 민간자본의 유입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국내 제도 설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사례가 공통으로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담보 부족은 청년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산업 진입 단계에서 누구나 겪는 구조적 특성이라는 인식, 그리고 정부가 보증 비율을 대폭 높여 민간 금융기관의 대출 유인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최우용 (청년정책가)
(이미지 제공=KCS NEWS)

◆제안: 청년농 무담보 특례보증 3억 원
이제 필요한 것은 방향 제시가 아니라 구체적 설계다. 나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에 한해, 시설·농지 투자 목적의 자금 최대 3억 원까지 담보 제공 없이 정부·지자체·농신보가 공동으로 100% 보증하는 '청년농 무담보 특례보증' 제도 신설을 제안한다.


기존 제도가 담보가치 평가 결과에 따라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구조였다면, 신설 제도는 청년창업농 선정 자격 자체를 보증 심사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 담보 유무와 관계없이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중심으로 심사한다. 보증 주체는 농신보 단독이 아니라 농신보와 지자체 특별회계, 정책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위험을 분산하고, 상환 구조는 품목별 회임기간을 반영해 시설원예의 경우 최대 5년까지 거치기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부실이 발생했을 때도 청년농 개인이 손실을 대부분 떠안는 지금의 구조 대신, 공동보증기관 간 사전 합의된 손실분담 비율(예: 정부 70%, 지자체 30%)로 개인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자금의 성격도 시설·농지용 대규모 무담보 보증과 운영자금용 소액 신속자금(마이크로론)으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재원은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출연금 증액과 청년농 전용 보증계정 신설, 전북특별자치도·김제시 등 지방자치단체 특별회계를 통한 지역 매칭 출연, 농협 등 정책금융기관과의 위험분담 협약을 통한 민간자본 유입, 그리고 기존 청년창업농 육성자금 예산 일부의 전환 배정으로 마련할 수 있다. 물론 무담보 보증의 확대가 상환 불능 위험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대출 실행 전후로 사업계획 컨설팅과 경영진단을 의무화하고, 자연재해나 가격 급락처럼 청년농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상환이 곤란해졌을 때 상환유예와 재구조화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는 대출 상환 압박이 청년 농업인의 삶을 옥죄었던 기존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결론: 도전하라는 말 다음에 와야 할 것
담보 유무와 무관하게 사업계획의 타당성에 따라 초기 자본에 접근할 수 있다면, 청년의 농업 진입 장벽은 실질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부모 세대의 자산에 기대지 않는 독립적 창업이 가능해지면, 세대 간 자산 격차가 곧 농업 진입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도 완화될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구조가 청년에게 ‘시도할 기회’는 말하면서도, 승계 기반이 없는 신규 청년농이 소규모로 시설을 시작하는 것 자체는 가능할 수 있어도,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규모의 스마트팜을 독자적으로 조성하는 일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청년농 육성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내려면 교육과 보육을 넘어 창업과 정착의 마지막 단계까지 연결되는 금융 구조가 필요하다. 청년에게 스마트팜 창업을 권하면서도 실제로는 수억 원의 자기부담과 담보력을 요구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청년농 정책의 수혜자는 결국 제한될 수밖에 없다. 청년이 농업에 도전할 용기를 냈다면, 이제는 제도가 응답할 차례다. 청년에게 도전하라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도전할 수 있는 금융 접근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 청년농 무담보 특례보증 3억 원 신설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최우용 (청년정책가)
(이미지 제공=KCS NEWS)


<참고문헌>

농림축산식품부. (2025). 「2026년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시행지침」.
시사IN. (2025년 9월 17일). 청년 귀농인의 대출 상환 부담 관련 보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청년 농업인 육성체계 개선 연구.
European Commission. (2025, October 21). Building the future of EU agriculture with young farmers in focus. Directorate-General for Communication. https://commission.europa.eu/news-and-media/news/building-future-eu-agriculture-young-farmers-focus-2025-10-21_en
European Commission. (2025). Generational renewal in agriculture. Directorate-General for Agriculture and Rural Development. https://agriculture.ec.europa.eu/overview-vision-agriculture-food/generational-renewal_en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Farm Service Agency. (2025). Loans for beginning farmers and ranchers: Overview [Fact sheet]. https://www.fsa.usda.gov/sites/default/files/documents/202310_fsa_loan_begining_farmers.pdf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Farm Service Agency. (n.d.). Guaranteed farm loans. https://www.fsa.usda.gov/resources/loans/guaranteed-farm-loans

 

 

작성 2026.08.07 00:47 수정 2026.08.26 23:44
Copyrights ⓒ 케이씨에스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채영기자 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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