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이 어렵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
의료 환경은 급변하고, 환자의 기대 수준은 높아지고, 규제와 시스템 변화는 병원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병원장과 관리자를 가장 지치게 하는 진짜 위기는 따로 있다.
사람이다.
공들여 가르친 직원이 1, 2년 차에 사직서를 내고 떠나는 것이다.
한 명이 나가면 남은 사람의 일이 많아지고, 그 업무량 증가가 또 다른 퇴사를 부른다.
많은 병원이 이 악순환을 연봉과 인센티브로 막아보려 한다.
그러나 효과는 잠깐이다.
지금의 인력 이탈은 돈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할 맛이 나지 않는 조직이다.
그리고 그 조직의 공기를 매일 마주하고 해결해내야 하는 사람은 병원장도, 신입도 아니다.
실무와 경영 사이에 선 중간관리자다.
이들의 한마디가 누군가의 사직서를 찢게도 하고, 서랍 속에 다시 품게도 한다.
떠나는 직원들의 이유를 들여다보면, 돈보다 먼저 나오는 말이 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많은 관리자가 "우리 병원은 칭찬을 많이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직원들은 피드백에 목말라 있다.
"오늘도 수고했어" "잘하고 있네" 같은 말은 따뜻하지만, 정작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주진 못한다.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직원을 움직이는 건 구체성이다.
"오늘 대기 환자가 많아 컴플레인이 나올 수 있었는데,
김 선생이 환자와 눈을 맞추며 대기 시간을 미리 안내한 덕분에 큰 혼선 없이 넘어갔다"는 말.
자신의 어떤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정확히 짚어주는 말 앞에서, 직원은 비로소 자신이 이 병원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 감각이 직무 자존감이 되고, 자존감이 사람을 남게 한다.
또 하나, 병원 현장의 주축이 된 젊은 직원들은 지시가 아니라 존중을 원한다.
"나 때는 말이야" "그냥 하라는 대로 해." 이런 말은 직원의 입을 닫고 마음에 벽을 세운다.
세대 사이의 벽을 허무는 건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질문이다.
프로세스를 바꾸려 할 때 정답을 먼저 내놓는 대신 이렇게 묻는 관리자가 있다.
"이번 접수 절차를 손보려는데,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응대하는 이 선생 생각은 어때요.
어느 부분이 제일 불편했어요?"

직원을 실무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놓고 의견을 물을 때, 주도성과 소속감이 함께 자란다.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과, 자기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의 차이는 여기서 나눠진다.
그리고 병원 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 감정의 소모가 크다.
예민한 환자를 응대하고, 타 부서와 부딪히고, 그러면서도 웃어야 하는 자리다.
그렇게 지친 직원이 마음을 내려놓을 데가 병원 안에 있어야 한다.
실수했거나 버거워하는 직원에게 "왜 그런 실수를 했냐" "그 정도는 다들 참고 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 직원은 다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필요한 건 평가가 아니라, 먼저 알아주는 말 한마디이다.
"요즘 외래 보느라 많이 지치죠. 오늘 표정이 안 좋아 보여 걱정됐어요.
내가, 아니면 병원 차원에서 조율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이 한마디가 번아웃의 벼랑 끝에 선 직원을 다시 붙든다.
그리고 이 말을 건넬 수 있는 자리 역시, 매일 그 직원 곁에 있는 중간관리자다.
중간관리자는 위로는 경영진의 목표를 지고, 아래로는 사람을 이끄는, 가장 무겁고 외로운 자리다.
그런데 병원은 이 자리에 좋은 소통만 요구할 뿐, 그 소통이 가능하도록 시간도 권한도 기준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AI가 진료를 돕고 전산이 자동화될수록, 사람의 마음을 읽고 관계를 조율하는 이 일은 더 귀해진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위기의 병원 경영, 결국 답은 사람과 문화에 있다. 그리고 그 문화를 매일 만드는 건, 부서 직원의 이름을 부르며 건네는 구체적인 말 한마디다.
당신의 병원에서 직원의 마음은 누구의 일인가.
그 답이 없다면, 오늘 가장 애써 가르친 직원이 내일 가장 먼저 사직서를 꺼낸다.
[필자소개]
정 경
대한병원실무전문가협회(KAPS) 협회장 · 바스제로 컨설팅 대표 | 병원 경영 컨설턴트 · 전문면접관
24년간 물리치료사로 병원 현장을 지켰다. 직원이었고, 팀장이었고, 중간관리자였다. 그 시간을 지나며 한 가지를 확인했다. 병원을 지키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끝내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이 곧 조직을 지키는 일이라 믿는다. 현재 경영 컨설턴트로서 중간관리자가 조직의 경영파트너로 설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전문면접관·CS 컨설턴트로 의료기관및 공공기과, 기업의 강의·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