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근 칼럼 ]  은둔에서 고독사까지 – 같은 선 위의 두 점

40대 중반에 홀로 숨진 채 발견된 C씨의 집에는 오래된 배달 상자와 미개봉 우편물만 쌓여 있었다. 이웃들은 “나가는 걸 거의 못 봤다”, “부모님 돌아가신 뒤로 더 안 보였다”고 증언한다. 우리에게는 하루 스쳐 지나가는 ‘고독사 뉴스’ 한 줄일지 몰라도, 그 삶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앞에는 오랜 은둔과 고립의 시간이 이어져 있었다.​

[ 김상근 칼럼 ]  은둔에서 고독사까지 – 같은 선 위의 두 점  (이미지제공=AI활용 이미지)

1. 같은 선 위의 두 점, 은둔과 고독사

은둔형외톨이와 고독사는 전혀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선 위에 놓인 두 지점이다. 사회적 고립이 장기화될수록 신체 건강 악화·우울·자살 사고·사망 후 장기 방치 가능성이 동시에 높아지며, 결국 고독사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고독사는 “가족·이웃과 단절된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혼자 임종하는 죽음”으로 정의된다. 이 정의를 곱씹어 보면, 장기 은둔과 구조가 상당히 겹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둔형외톨이는 의료·복지·지역기관과의 접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파도 병원을 미루고 도움이 필요해도 연락할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활동이 단절되고 일상 관리 기능이 떨어질수록, 질병·영양결핍·우울과 자살 위험이 커지지만 이를 알아챌 주변 사람이 없다.​

 

이 점은 서구 역학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다수 코호트 연구를 분석한 2025년 논문은 아동기 역경과 외로움, 사회적 고립이 결합될수록 중·장년기 사망률이 유의하게 높아진다고 보고하면서, “사회적 고립은 심혈관질환, 우울, 조기 사망을 높이는 독립적인 위험 요인”이라고 정리한다. 즉, 고립은 단지 ‘외로움’ 수준을 넘어서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이다.​

출처:외로움은 26년간 어린 시절의 역경 경험과 사망 위험을 연결하다 | 노인학 저널: 시리즈 B | 옥스퍼드 아카데믹

 

2. 보호자 상실 이후, 곧바로 생존 위기로

여기에 보호자 상실이 겹치면 위험은 급격히 커진다. 많은 은둔자는 10~20대에 방 안으로 들어가고, 그동안은 부모가 생계와 돌봄을 떠맡는다. 이 시기에는 부모의 존재가 경제·정서적 완충 역할을 하며, 당장의 생존 위기가 가려진다. 그러나 부모가 사망하거나 이혼·질병 등으로 더 이상 돌봄을 제공할 수 없게 되면, 그 순간부터 삶은 곧바로 생계 위기·의료 공백·사회적 단절이 한꺼번에 닥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일본은 이 구조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 일본에서는 장기간 은둔한 중년 자녀와 고령 부모가 함께 사는 가구에서, 부모 사망 후 자녀가 극단적 빈곤과 고립에 빠지는 현상을 두고 “8050 문제”(80대 부모와 50대 히키코모리 자녀)라고 부른다.​

 

- 일본 내각부 조사에서는 15~64세 히키코모리 추정 인구가 146만 명(약 2%대) 수준으로 제시되는데, 이들 상당수가 부모와 동거하며 경제를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사회적 후퇴의 패러다임 전환: 병리적 및 비병리적 히키코모리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 - PMC

 

- 한편 일본에서는 매년 수만 명이 ‘코도쿠시’(고독사)로 추정되는 방식으로 홀로 숨진 채 발견되고, 그 다수는 장기간 사회에서 단절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고된다.​

 

히키코모리와 코도쿠시를 함께 연구하는 논문들은, 청년기 은둔이 개입 없이 이어질 경우 중·장년기 고독사 위험군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반복해서 경고한다. 한국의 은둔형외톨이 역시 동일한 구조 안에 있기 때문에, “청년기의 은둔이 중년기의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결코 추상적인 가정이 아니다.​

 

3. 흐름으로 보기: ‘하나의 인생 궤도’

이제 “상처 → 은둔 → 장기 고립 → 건강 악화·자살 사고 → 고독사”라는 흐름을 다시 보자. 이는 단절된 사건들의 나열이 아니라, 실제로 한 사람의 삶에서 이어질 수 있는 하나의 인생 궤도다.​

 

- 일본의 히키코모리 연구는, 학교폭력·왕따·등교거부 같은 초기 상처가 수년·수십 년에 걸친 사회적 위축과 은둔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부모 사망 이후 경제적 고립과 코도쿠시 위험으로 연결되는 경로를 다수의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 서구의 장기 추적 연구는 아동기 역경과 외로움, 사회적 고립이 서로 얽혀 중·장년기 우울·신체질환·사망률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회적 연결의 붕괴”를 공중보건 차원의 위험으로 다룬다.​

출처:어린 시절의 역경 경험: 성인 정신 건강과 사회적 철수에 미치는 영향 - PMC

 

이 연속성을 인식하는 순간, 은둔형외톨이는 더 이상 “지금 하고 싶은 대로 사는 라이프스타일”도, “그냥 방에 있고 싶은 사람”도 아니다. 그것은 미래의 생명 위험과 직접 연결된 중요한 경고 신호다. 오늘 방 안에 있는 C씨와 같은 사람이 10년, 20년 뒤 어떤 통계 안에서 다시 등장할지까지 함께 떠올리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왜 저렇게까지 숨느냐?”가 아니라,“지금 이 은둔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 궤도 위에 놓여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그 궤도를 미리 본다는 것 자체가, 상처–은둔–고립–고독사로 이어지는 선을 중간에서 끊어낼 수 있는 첫 준비다. 그리고 일본의 히키코모리·코도쿠시, 서구의 고립과 사망률 연구가 전해 주는 메시지는 한 가지다. “지금 방 안에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은, 미래의 고독사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 전략”이라는 것.

 

 

[ 필자 소개 ]  

김상근교수,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 협동조합 사무국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연구교수,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박사과정

 

작성 2026.03.10 19:44 수정 2026.03.1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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